가을볕이 너무 좋아

관리자
발행일 2022-09-19 조회수 12



 


        가을볕이 너무 좋아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 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비춰오는 살아온 날들을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가을볕이 너무 좋아’



 
2019.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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