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돼지 들어온지 8일째 - 뭘 먹고 사느냐?

관리자
발행일 2022-09-19 조회수 12


 

콧물흘리는 예산이
돼지가 들어온지 일주일째.
이제 돼지들이 파란 물통에서 물이 나오는 것에는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목이 마르면 물통으로 가서 꼭지에서 벌컥벌컥 물을 마셔댑니다.
근데 문제는, 뭘 먹지를 않는다는 것!
다큐 영상에서 봤던 풀 먹는 돼지를 생각하며 동네 농부산물을 열심히 구해다 먹이고 사료는 절대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었습니다.
마을에서 마을의 생태계 순환고리 안에서 먹거리를 해결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더랬습니다.
홍성유기농에 가서 유기농 두부를 만들고 나온 찌꺼기를 구해다 물에 타서 거기에 참외 조각까지 몇개 넣어서 줬지만, 거들떠 보지도 않고 패쓰.
점심에 농장 식구들과 먹다 남은 들깨죽을 그릇에 담아줬더니 조금 맛 보는가 싶더니 바로 엎어버림.
그렇다면 평촌요구르트는? 관심 없음, 엎어버림.
청밀 이삭을 잘 따 먹으니 벼 이삭은 어떨까 하고 볍씨를 담아 줬더니 흙보다 못한 대접을....;;;
도대체 너희는 뭘 먹고 사니? 하고 앉아서 지켜 보고 있자니... 헐.... 나무 껍질을 벗겨먹는....;;;
그러니 살이 빠질 수 밖에.
이가 나고 있는 것인가? 사람이나 개처럼 이가 나오려고 할 때 잇몸이 가려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분양을 해 주신 이도헌 대표님께 전화를 걸어 이런 하소연을 했더니 당장 내일이나 모레 사료를 보내시겠다고 합니다. 돼지들의 영양 균형을 생각하면 사료를 꼭 먹여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어쨋든 그리해서 오늘 사료가 도착하고, 동네 빵집에서 나온 밀기울도 구해다 놨습니다.
일주일을 넘게 나무 껍질과 청밀 이삭만 따 먹으면서 다리 뼈 윤곽이 드러나고 있으니 뭐라도 먹여야 겠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사료를 챙겨 줬습니다. 하지만 사료를 갖고 오신 분이 굶은 아이들치고는 잘 먹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재래 돼지가 다른 흑돼지들에 비해서 예민하다고 하시네요. 환경의 변화에도 민감하고 사람에게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그래서 재래돼지 혈통을 잇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시네요. 그걸 미리 알았다면 재래 돼지를 데려오지 않았을 텐데요. 예민한 상전을 모시고 있는 기분입니다.
여튼 카길에서 나온 영양분이 골고루 갖춰진 옥수수 사료를 조금 먹고 쉬고 있습니다.
근데 하필 오늘 농장 아래 밭에 있는 컨테이너에 전기 연결 작업을 하느라 농장 귀퉁이에 전봇대를 세우느라고 큰 차들이 몇대나 와서 쉴새없이 모터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으니...예산이와 홍성이는 어디 가지도 못하고 민원도 못 넣고, 귀마개도 못하고 집 뒤편에 누워서 자는 척 소음을 견뎌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동네에서 구해온 밀기울을 줘 볼까합니다.
*아, 그리고 오늘 돼지들과 코로 인사했습니다. 제 코와 돼지 코가 맛 닿은 것은 아니구요. 돼지들이 저에게 호기심을 보이길래 냅뒀더니 코로 제 바지를 탐색하고 제 손을 갖다 대 줬더니 냄새를 맡는 것 같았습니다. '넌 도대체 누구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인사를 하더니 별 관심이 없는지 다시 자기 갈 길로 가 버렸네요. 이제야 뭔가 제대로 인사한 느낌이었습니다. ㅎㅎ

들깨죽 쏟아버리기

평촌 요구르트보다 나무조각이 더 맛있다!

무시당한 콩비지(파란 물통 옆 하늘색 플라스팅 대야), 쏟아버린 요구르트, 최애식 나무껍질

멀리에서는 전봇대를 세우는 중. 예산이와 홍성이는 자는 척 피신 중.




2019.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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