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심포지움에 다녀오다

관리자
발행일 2022-09-19 조회수 18

2018년 7월 2일 월요일 쁘라삐룬이 가까워져서 전국에 비를 뿌리던 날 서울에서 열리는 석면 국제 심포지움에 다녀왔습니다.
지역에 여기저기 얹혀 있는 석면 슬레이트가 위험하다, 석면은 코 호흡 뿐만 아니라 피부로 바로 흡수된다, 홍성 광천 지역이 자연 석면 발생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 정도의 막연하게 불안하다는 정보 정도와 최근 환경영화제에서 본 '센난 석면피해 배상 소송' 이 석면에 대한 정보의 전부였습니다.
우리 지역이 석면 광산으로 유명한 지역이라는데 몰랐다는 데 대한 죄책감과 '센난 석면 피해배상 소송' 영화를 이 지역에 꼭 상영해야 겠다는 마음에 이 석면 심포지움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30여 년을 살면서 거의 들어 본 적이 없는 석면.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BANKO(Ban Asbestos Network Korea)
반크는 들어봤어도 반코는 처음 들어보는 단체였습니다. 근데 벌써 10주년 행사라니. 주말에 급하게 정보를 검색했습니다.
2008년에 만들어져 활동을 해 오고 있던 단체인데, 2018년 올해 심포지움에 대한 정보는 당최 찾을 수 없고, 2008년 당시의 활동만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비오는 월요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강의실에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의 석면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우리 동네 석면 광천에 대해서만 들었지 석면에 대해서 무지했던 저는 부산에 석면 방직 공장이 있었고, 그래서 피해자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센난 석면 피해배상 소송'의 영화에 나왔던 것처럼 일본 오사카 근처의 센난이란 곳에 석면 방직 공장이 많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1900년대 초에 시작된 석면 산업은 한일협정 이후 1971년 부터 일본에서 부산으로 방직 기계들을 들여와 석면 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까지 석면 산업을 이어오다가 1994년 첫 석면피해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하고 부산 경남 등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제일화학은 1990년과 1994년에 인도네시아, 1996년 말레이시아, 2000년 중국 등 3 곳에 해외 공장을 설립하게 됩니다.

죽음을 불러 일으키는 석면 사업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등지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러하였듯이 산업과 함께 그 위험도 함께 수출되었습니다. 그 위험에 대한 언급은 없이.
부산제일화학에서 6년 동안 근무를 하셨고 그 곳에서 남편도 만나 근무하셨다는 이영순씨는 일을 할 당시 사람들은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았다고, 사진에 나오는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코와 입을 가리고 있진 않았습니다. 지금 인도네시아의 공장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공장에선 거즈 마스크가 제공되지만 잘 사용하지 않고, 석면을 가공할 때 맨손으로 작업하는 일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석면은 호흡기뿐만아니라 피부로도 흡수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선 현재 10명의 석면폐 환자가 발견된 상태이고 이 중 2명의 피해자가 심포지움에 왔습니다.
91년부터 23년 동안 석면방직 공장에서 일한 시티 크리스티나(53)는 2008년 인도네시아에 조사차 방문한 한국의 단체를 통해 석면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녀는 이후 3차례 공장과 연결된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았지만 정상으로 결과가 나왔었다고 합니다. 2012년 1,2달 기침이 계속되었고 한국에 초청이 되어 재검진을 했을 때 폐질환을 진단받았습니다. 현재 그녀는 인도네시아와 한국, 유럽의 각국을 다니며 석면의 폐해에 대해서 열심히 알리고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석면 시멘트 공장에서 14년 동안 일했던 수보노는 석면 가루들이 쌓인 곳에서 밥을 먹고 마스크 없이 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공장에서는 석면은 유해하지 않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을 하는 동안 2016년 동료 중 한명이 폐질환으로 사망하고 현재 3명의 동료가 폐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후 수보노는 공장을 그만 두고 석면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교육과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9시부터 반코 10주년 기념 행사를 진행한 후 '석면산업의 일본>한국>인도네시아 국가 간 이동과 선면 피해의 확산'이라는 주제의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기자는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석면에 대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석면폐의 잠복기는 30~40년이라고 합니다. 석면 광산에서 일하거나 주변에 살면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지금 대부분 7,80대 노인이 되셨고, 부산제일화학 등의 방직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현재 5,60대가 되었습니다. 이 분들이 조용히 없어져서 석면 피해의 역사가 없어지길 기다리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우리 주변에는 석면 제품들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현재 학교 건축 자재에 있는 석면이 여름 방학, 겨울 방학으로 철거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이를 감시하기 위한 학부모 네트워크가 발족되었습니다. 과연 학교에서만 이 위험한 난연, 단열 소재가 사용되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일본에서는 도서관, 체육관 등에 사용된 석면이 아직 철거되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에서야 석면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도서관, 체육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공공기관의 전수 조사와 아직 철거되지 않은 건물들의 안전한 석면 철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의 석면 광산에서 채굴한 석면이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석면광산의 가동 중단을 위해서 7월 3일 각 나라의 대사관 가동중단 서한을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번 심포지움을 다녀와서 우리에게 필요한 활동을 정리해 봤습니다.
1. 피해자를 발굴하고 드러내야 합니다. 그들의 건강과 보상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지역의 석면 광산에 의한 피해자들은 현재 70대 이상의 노인분들입니다. 그래서 폐병이 발생해도 그것이 석면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노부부는 두 분다 폐암 진단을 받으셨는데도, 뒤늦게서야 그것이 석면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지역의 피해자모임에서 위원장을 맡고 계신 정지열 선생님이 백방으로 활동하고 계시지만 본인도 또한 석면폐 환자이신지라 운신의 폭에 제한이 있습니다.
이런 석면에 대한 위험에 대한 인지가 부족해 석면 광산이 있는 곳에 기차가 지나가도록 터널을 뚫는 공사를 계획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무지를 없애기 위해 저희는 이 지역에서 석면의 위험에 대한 인식을 넓혀갈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2. 학교뿐만 아니라 건물들에 들어가 있는 석면의 안전한 제거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정부는 전국 2만여 학교 중에서 석면건축물로 조사된 1만 3천 여 개 학교의 선면 해체,제거 작업을 2016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7년 과천 관문초 학부모들의 현장조사에서 석면폐기물이 다수 발견되어 개학이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학교 석면공사의 안전 문제로 제 2차 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전국 학교 석면 학부모넷'이 발족되어 석면 제거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이뿐만아니라 도서관 등의 공공기관 건물 등도 전수 조사가 이루어져 안전한 해체,제거 작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3. 더이상 석면 산업의 국가간 이동을 막고 석면 피해를 줄여 나가야 합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독일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으로 석면 산업과 피해가 수출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국제노동기구·유엔환경계획(UNEP) 등 비정부기구 외의 ‘아시아태평양환경보건장관포럼’과 같은 정부간 협의체를 통해 이런 기구를 통해 공해산업 수출입에 환경안전관리체계가 함께 전수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화학물질 수출입 과정에서 해당 물질의 위험정보를 반드시 알리도록 규정한 유엔환경계획의 ‘로테르담 협약(2006)’도 있습니다. 다만 이 협약은 가입국가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대상물질목록을 결정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국가 간 협약이나 정부를 압박하는 방법도 있지만 실제로 합병, 합작의 형태로 산업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불매 운동 등의 항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석면 가공 공장의 노동자들도 피해를 입지만 석면 광산에서 석면을 캐내어 수출하고 있는 지역들의 피해는 어떤지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수출을 막아야 하고 그 석면을 수입해 가공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항의도 해야 합니다.
 
2018.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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