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합의 환경피해기록활동이 '함께사는길'에 실렸어요.

관리자
발행일 2022-09-20 조회수 14


“환경민원을 넘어 인권과 생명에의 호소”







도시에 권하는 농촌마을 실태보고서







석산 개발로 마을 산이 깎여나가고 온갖 쓰레기처리시설이 몰려드는가 하면 공장과 산업단지에서 내뿜는 오염물질과 소음 등으로 주민들의 삶이 위협받는 마을들이 다수 존재한다. 환경피해를 넘어 생존을 위협받는 농촌 마을들의 이야기다. 예산홍성환경연합이 이러한 사실을 기록하고 고발한 「농촌+면 단위+환경취약지역+주민인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단순한 환경민원이 아닌 인권과 생명에의 호소”라고 보고서를 소개했다. 신 국장을 만나 ‘지금 농촌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었다.




환경단체가 주민인권보고서를 펴낸 이유는?



예산홍성환경연합은 2015년 창립한 후 지역 내 다양한 현안들에 대응해왔다.  대표적으로 충남은 전국 최대 자연발생석면 분포지역이고 홍성에 석면피해자가 많다. 그에 따른 정책제안이나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전국에서 돼지를 가장 많이 키우는 곳으로 그로 인한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 현재의 과도한 밀집축산 방식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그에 대해서도 대응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현안들이 존재한다. 사실 저도 놀랐다. 도시 지역에 살다가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 귀촌한 곳이다. 환경운동을 하기 전에는 농촌마을에 얼마나 대단한 현안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현안들도 많고 또 단순히 민원 해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았다. 농촌의 환경문제는 도시와 다르다. 도시의 쓰레기 문제가 분리배출 잘하는 것이라면 농촌에서는 폐기물 매립장과 싸워야 한다. 인구도 적고 쓰레기 배출도 적은데 이곳 주민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온갖 폐기물이 농촌으로 몰려온다. 산업단지 문제도 그렇다. 아무런 혜택은 없은데 각종 사건사고에 주민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대기오염이나 소음, 수질측정에서 기준치 이내라는 이유로 묵살 당한다. 환경적인 문제 외에도 절차상의 문제부터 사후 관리 전 과정에서 주민들의 권리는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 죽어나거나 집단 암 발병 같은 큰 피해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세상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 비단 한 마을의 문제가 아니다. 농촌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다. 그래서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지역사회가 환경피해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기록하기로 했다. 심리상담전문가, 기록 활동가와 함께 환경피해기록단을 구성하고 지역조사와 주민 인터뷰를 진행해 보고서에 담았다.




보고서에 소개된 마을 세 곳은 어떤 곳인가



삽교읍 효림리라는 마을은 바로 옆에 헬리콥터 정비 공장이 있다. 주민들은 처음에 헬기 부품 조립공장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정비공장과 부품조립공장은 큰 차이가 있다. 고장 난 헬기들이 내뿜는 매연과 소음들로 주민들은 큰 고통을 호소했다. 무려 30년이 넘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마을 옆에 삽교역이 지나는데 인구가 적다고 방음벽도 설치하지 않았다. 삽교역에는 컨테이너 물류센터도 있는데 수시로 물류 상하차 차량이 드나들며 발생시키는 소음과 매연이 상당하다. 산업단지도 마을 옆에 있다. 헬리콥터 정비공장, 삽교역, 산업단지에서 수시로 배출하는 공해에 주민들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대술면에는 채석단지가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석산개발로 주민건강과 환경오염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곳이다. 발파 소음과 분진이 마을을 뒤덮고 하천 물은 회녹색으로 변했다. 산은 다 깎여 나가고 대형트럭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도로를 점유하고 있다. 주민들은 15년 허가기간이 곧 끝난다는 기대 하나로 참고 살았다고 한다. 헌데 사업자가 ‘석산개발 범위를 넓히고 2045년까지 석산개발을 연장’하겠다며 허가 신청을 냈다. 주민들이 산림청이며 환경부, 군청을 찾아가 ‘허가치 말라’고 호소했지만 결국 승인이 났다. 이 마을은 이전에 산업폐기물처리장 계획으로 10년 넘게 갈등을 겪은 곳이기도 하다. 다행히 산폐장은 막아냈지만 그에 따른 후유증도 크게 남아있다. 그러던 터에 이번 일까지 생겨 마을 주민들의 상처가 더 깊어졌다.










홍성군 갈산면 석산 사진제공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고덕면은 인근 산업단지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다. 최근 제2산단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에 그동안 참고 살았던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대기질 조사에서 벤젠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미리 산단 쪽에 공식적으로 알리고 한 조사에서조차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그 전에도 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산단 특성상 주민들이 알 방법이 없었다. 주민들은 1년 넘게 도청 앞에서 산단 확장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현안이 다르지만 세 마을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농촌지역이며 행정구역상 면 단위 지역이다. 하다못해 읍 단위 지역에도 이런 문제가 없다. 두 번째는 주민들의 알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난 들어오고 나서 알았다.’ ‘내가 들은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시설이 들어올 때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알려도 아는 사람만 몇몇 부르거나 이미 허가가 난 다음에 이야기를 한다. 이후에 문제를 제기해도 되돌리기 어렵고 지난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어떤 피해를 받고 있나.



주민들은 환경현안과 관련해 비슷한 질환을 앓고 있었다. 소음에 시달리는 지역의 주민들은 대부분 청력이 안 좋고 대기오염이 심한 곳은 호흡기질환에 시달렸다. 주민들은 의사들이 산책을 하라고 권하는데 사방에서 냄새가 나고 시끄러워 산책하면 토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도 적지 않았다. 정신적인 피해도 심각했다. ‘이제 소용없다’, ‘다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했는데 패배감이 심했다. 수차례 피해를 호소해도 누군가 들어주거나 해결되는 게 없다보니 심한 패배감과 무시당했다는 분노, 우울감을 겪고 있었다. 재산권 피해도 있다. 주변 환경이 열악해지다보니 지가도 하락한다. 평생 농사짓고 사신 분들에게는 땅이 전부인데 땅값이 떨어져 팔 수 조차 없다. 생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삽교 효정리 같은 경우 헬기가 시운전을 하면 일하다가도 들어가야 한다. 역한 냄새와 소음 때문에 일군들이 도망갈 정도다. 삶의 전반이 흔들리는 피해를 받고 있다.












삽교 효림리 주민들이 마을 현황과 주민 피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피해가 있으면 보상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보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것이 피해를 당연히 받아들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은 “손주가 보고 싶은데 놀러오라고 못한다”고 말한다. 본인들도 살기 힘든 곳에 누굴 오라고 하겠냐는 것이다. 온갖 피해로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니 기반시설도 사라지고 있다. 주민들에겐 고향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나.




어쩌다 농촌이 환경취약지역이 되어버렸을까.



도시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한 곳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고 인구도 적고 고령 주민이 사는 농촌에 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도시 아파트 건설을 위해 농촌 석산이 파헤쳐지고 온갖 도시 쓰레기들이 농촌으로 밀려오고 또 전력 생산과 송전을 위해 발전소와 송전탑 등이 들어선다.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홍성의 경우, 인구 10만에 돼지가 60만 마리로 사람보다 돼지가 더 많다. 돼지를 키우고 도축한 부산물, 피, 똥 등은 여기에 남고 고기만 도시로 간다. 도시가 많이 누릴수록 피해는 농촌에서 본다. 한편 이런 문제는 자본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불편하고 싫은 것들을 지방으로 외주화하는 것이다. 법도 그렇다. 대술면에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운동 당시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채석단지가 있기 때문에 보전가치가 없다면서 다른 오염시설이 들어와도 된다고 판결했다. 문제가 되는 시설이 하나 들어오면 또 다른 시설이 들어오는 게 쉽도록 한 것이다. 법마저도 그러니 오염시설 하나가 들어오면 줄줄이 같은 마을에 몰리게 된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헌법 제35조 제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농민들도 국가와 행정기관이 보호해야 하는 이 나라 국민들이다.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투명하게 주민들의 알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또한 환경영향평가할 때 환경전문가뿐만 아니라 인권전문가도 참여해 주민에 대한 평가, 건강이든 정신적이든 공동체이든 이런 평가도 들어갔으면 한다. 제도도 상식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폐기물은 발생한 지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게 상식이지 않나. 이러한 합리적인 절차, 정책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도시민들이 이러한 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래도 알아야 한다. 이 보고서에 담긴 주민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환경민원이 아니라 생명과 인권에의 호소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귀 기울여 달라.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귀 기울여 달라." 신은미 국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앞으로 계획은



주민들과 함께 노력을 했지만 진 싸움이 많다. 그럼 이후에 환경연합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사실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히 저 시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다. 비록 반대했던 시설이 들어온다고 해도 이후에 주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 최근에도 주민들 몰래 마을 하천 상류에 세탁공장이 들어왔다. 이미 행정기관이 허가를 해주고 가동을 한 상태라 주민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예산홍성환경연합은 그곳의 변화상을 기록하기로 했다. 매달 찾아가 수질검사하고 생태조사를 했다. 뭔가 결과를 보겠다는 것보다는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면 아무래도 사업자나 관리당국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채석단지도 비록 허가가 났지만 피크닉 가듯 마을을 찾아 트럭이 드나드는 곳에 있다가 온다. 여기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세 마을만 기록했지만 다른 마을 사례도 기록하고자 한다. 하지만 예산홍성환경연합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기록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환경피해 기록가 과정을 만들어볼까 한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제작년월:














202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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