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농촌+환경취약지역+주민인권 실태'를 조사하게 되었나

관리자
발행일 2022-09-20 조회수 15


11일(목) 오전 10시 30분 삽교 효림마을회관에서의 <농촌+환경취약지역+주민인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앞두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이 왜 이런 조사활동을 하게 됐는지 회원, 주민 분들고 나누고자 합니다.





읽어보시고 관심 있으신 분은 환경연합 유튜브로 접속해 시청해주세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유튜브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8IWfyi880SEAQUG4SgScxg





효림리 마을회관으로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은 주소 확인하세요.



예산군 삽교읍 효림2길 47 





“우리는 왜 농촌+면 단위+환경취약지역+주민인권 실태를 조사하게 되었나”



환경피해를 넘어 생존을 위협받는 농촌마을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은 2015년 창립했다. 충남도청이 예산과 홍성 중간인 내포에 위치하게 되면서 공통의 환경현안이 생겼고 또 앞으로도 환경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서였다. 하지만 단체를 만들면서도 작은 농촌지역에 무슨 대단한 환경문제가가 있겠나 싶었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주민들의 환경감수성이 좀 높아졌으면 하는 정도가 당시 활동가로서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환경연합 창립 이전부터 있었던 지역현안인 예산 궐곡리 산업폐기물처리장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그간 대다수의 시민들, 특히 도시민들이 접했던 쓰레기문제 담론은 ‘쓰레기를 줄이자.’,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자.’ 정도. 하지만 쓰레기의 최종 처리를 담당하는 현장에서의 문제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아니 달랐다기보다 그간 사회가 쓰레기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했고, 쓰레기 발생이 아닌 처리에 초점을 맞춰왔으며, ‘만든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의 논리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왔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하겠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민들이 마을에 이런 시설이 들어와도 나중에야 알게 되고 땅을 파니 마니 하면서 갈등이 생기고 법은 법대로 집행되고 주민 갈등은 갈등대로 깊어져갔다. 3만 평 규모 돔형태 폐기물매립장이 생기고 하루 수십 대 트럭이 마을 산을 드나들며 어디서 오는지도 모를 쓰레기들을 실어나른다는 계획. 9년여의 싸움 끝에 다행히 폐기물처리장은 들어오지 않게 되어 주민들은 시름을 덜었지만, 10년 가까이 불안해하고 상처받고 생업을 뒤로 하고 법원을 따라다니고 집회를 한 주민들의 ‘고생’은 어디서 보상을 받을까. 마을이 나뉘고 주민들이 속병이 난 이 과정에 대해, 농촌에서 7년 가까이 활동해온 환경단체 활동가로서는 단순히 ‘고생’이라고 뭉뚱그릴 수 없는 깊은 슬픔과 분노가 자랐다.





하지만 폐기물처리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15년 넘게 운영된 석산이 규모를 확장하고 기간을 연장해 채석단지로 허가될 때도, 기존의 산업단지로 수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바로 옆에 산업단지가 추가로 조성된다고 할 때도, 주민들이 수년 째 난청과 두통을 호소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헬기정비공장을 마주할 때도 똑같은 분노가 치밀었다. 인구 3천 명 정도가 사는 면 단위 농촌마을에 대규모 환경오염시설이 3, 4개씩 줄줄이 들어서는 것은 농촌을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도시를 위해 존재하며 당연히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식민지로 인식한다고밖에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지역의 수많은 환경현안을 접하고 대응하면서, 주민들이 생명으로서 존중되지 못하고 지방의 농촌마을이 무시당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환경을 지키는 일이 물과 공기, 땅과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일에 머물러서는 안 되게 되었다.





조사를 하는 중에도 홍성군 결성면에는 미군기지 오염토를 정화하는 시설이 들어온다고 하고 장곡면에는 골프장 조성 소식으로 술렁인다. 산업단지가 지역 개발과 주민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드러나 주민들이 추가조성을 반대하며 일년 가까이 집회를 하는 와중에도 예산에는 또다른 투기성 자본이 될지 대규모 토목공사가 될지 산업단지를 빙자한 폐기물처리장이 될지 모를 산업단지 계획이 버젓이 이야기된다. 주민들은 또다시 한창 바쁜 농번기에 서둘러 저녁을 먹고 대책회의를 연다. 군청엘 찾아가야 하고 당장에 현수막도 걸기로 한다. 유래 없는 가을장마로 많은 논에 병이 돌고 사과는 ‘깔’이 나지 않아 수확이 더뎌지는 와중에 마을과 삶을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것이다. 농촌의 인력난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데 인구는 유입되지 않고 아픈 사람만 늘어간다. 안그래도 어려운 농촌에 어려운 일들이 계속 더해지니 농촌은 살 수 없는 곳이 되어간다.





이 조사보고서가 대규모 개발사업과 오염시설로 고통을 겪는 작은 농촌마을과 주민들의 목소리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단순한 환경민원’이 아니라 ‘인권과 생명에의 호소’로 읽혔으면 한다.





2021년 가을,



환경피해기록단





활동소식



2021.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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