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고기로 태어나서'를 읽고

관리자
발행일 2022-09-19 조회수 19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저
꽃게잡이 배에서부터 양돈장 똥꾼까지 극단의 노동기 '인간의 조건'을 쓴 한승태 작가의 가축 사육 현장 노동기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었습니다.
닭, 돼지, 개 농장에서 일한 경험을 살아 있게 쓴 노동에세이입니다.
맛있게 고기를 먹고 있지만 그 고기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에게 와 닿는지 정보를 접하기 힘든(혹은 접하기 싫은?) 많은 사람들이 한번 쯤은 읽고 가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당신이 먹고 있는 고기의 이야기입니다.
그 중에서 와 닿는 부분들을 무작위로 몇 구절 올립니다.
아래 글은 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많은 시사점을 던지는 문구입니다.
가능하다면 고기를 파는 매장과 고기 집에 십계명처럼 붙여야 하는 문구가 아닐까 합니다.
개 농장을 나아가 공장식 농장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든 것 역시 ' 의심하지 않음'이 아닌가 싶다.
누구도 동물들을 그토록 비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기르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동물의 부리나 이빨을 자르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동물을 굶기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갓 태어난 동물을 쓸모없다는 이유로 폐기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20년을 살 수 있는 동물을 한 달 만에 죽이는 것이 지나친 일이 아닌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살이 빨리 찌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물을 죽이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맛을 위해 동물의 장기를 마취도 하지 않고 뜯어내는 것이 필요한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동물을 옴짝달싹할 수 없게 가둬놓고 임신과 출산만을 반복하도록 만드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동물에게 음식 쓰레기를 먹이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누구도 목을 매달고 감전시켜서 동물을 죽이는 것이 용인될 수 있는 일인지 의심해보지 않았다.
전통도 스스로를 의심해볼 수 있어야 한다. 효율성도 스스로를 의심해볼 수 있어야 한다. 이윤 추구도 스스로를 의심해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의심해보지 않는 존재는 그것이 개인이든 집단이든 시스템이든 언제든지 괴물로 변할 수 있다.
어린 돼지에게 실시하는 모든 외과적 조치는 마취 없이 행해진다. 임금은 국적이나 성별이 아닌 노동에 대해서 지급하는 것이듯 약품은 이성이나 도덕성이 아닌 상처에 바르는 것이다. 개를 생각해보면 명확하다. 만약 개를 마취하지 않고 이빨을 뽑거나 중성화 수술을 한다면 동물의 권리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정도와 상관없이 아마 사람은 이를 고문이라고 부를 것이다. 사람은 개와 돼지는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빨을 자르면 피를 흘리고 살을 잘라 장기를 뜯어내면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지르는 것은 개나 돼지나 마찬가지다. 성서의 황금률을 동물에게 적용해보자면 (예수님은 달가워하지 않으시겠지만) 여러분의 개나 고양이에게 나쁜 것은 여러분이 먹는 닭이나 돼지에게도 나쁜 것이다.
사육 기간을 늘리는 일은 그만큼의 추가 비용을 평생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축산업에서는 생산비 중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사육 기간을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씩 연장하는 것은 단순히 생산비가 치솟는 문제를 넘어선다. 수익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가능한 일이라는 말이다.
각주
EU에서 닭을 밀집형 양계사가 아닌 개방형 양계사에서 사육할 경우 달걀 한 개당 15원, 완전 방사할 경우 26원의 생산비 상승을 불러오며 우리나라에서도 동물 복지가 도입된다면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이 17~53%, 쇠고기는 34~95%, 닭고기는 16~51% 오를 것으로 추정한 연구가 있다. 또한 동물 복지형 축산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필요 토지 면적이 지금보다 돼지 1.28배, 한우 2.25배, 산란계 5.36배로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신문>, 2007.8.6
아래 글은 동물의 동물답게 살 권리를 위해 동물복지 농장 운동을 해 온 동물 보호 단체들과 전국에서 최고로 돼지를 많이 키우고 있는 홍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환경운동가로서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도움이 되는 부분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현재 동물 복지 농장 제도의 한계는 이들 농장과 공장식 축산 시설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가 없다는 점이다. 전체의 1%를 웃도는 수준의 동물 복지 농장들이 해방구처럼 존재할 뿐 나머지 99%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공장식 농장들이 해방구처럼 존재할 뿐 나머지 99%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공장식 농장들은 과거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동물을 사육하고 있다. 이 99%의 농장들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아직까지 미미하다. 동물 복지 농장의 빛이 바래는 것도 이 지점인 것 같다. 공리주의자식으로 말해보자면 1%의 동물 복지 농장 대신 전체 농장에서 강제 환우를 중단하거나 한 뼘이라도 사육 면적을 넓히는 것이 더 낫다.
 

축산환경개선/자료



2018.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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