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아, 촌놈으로 키워줘서 고마워'

관리자
발행일 2022-09-19 조회수 16



(*) 정명진 회원이 환경연합 잡지 <함께사는길>에 예산홍성환경연합을 소개하며 쓴 글입니다. 지난 총회 때 소개되기도 했지요. 꾸밈 없이 잔잔하지만, 가슴뭉클한 내용이라 회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직 환경연합을 잘 모르는 친구나 이웃에게 너무 어려운 환경문제 말고 이런 편지글 소개하시면 어떨까요? (정명진 회원님, 따뜻한 글 고맙습니다.)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




잠자리에 들기 전, 유치원에서 배운 글을 조그만 입술로 오물거리는 호승이가 아빠의 편지를 읽게 될 날은 언젤까? 아빠는 그 날이 빨리 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너의 상상력은 문자로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넓은 세상일 테니까. 너의 끝없는 상상력은 자연이 준 선물일거야.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가도 아빠가 텃밭에서 풀을 매면 모종삽을 들고 쪼르륵 따라 나오는 호승이가 좋아. 넌 스마트폰보다 마당과 흙이 어울리는 아이야.




아빠가 한글도 떼지 못한 너에게 공개편지를 쓰는 건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충남 홍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야. 호승이가 태어난 곳이지. 네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랑, 엄마, 그리고 형아는 서울에 살고 있었어. 형아가 뛰어놀 마당도 없고, 만지고 놀 흙도 없이 도로 옆에 집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이었어. 엄마는 서울이 고향이었지만 항상 그 거대한 도시를 떠나고 싶어 했단다. 사실 아빠는 작은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큰 도시에 대한 로망이 있었단다. 음… 로망이란 환상 같은 거란다. 호승이가 만화 주인공 짱구랑 놀고 싶어 하는 그런 환상 같은 거지. 아무튼 아빠는 엄마에게 설득되고 말았지. 너도 알지? 아빠가 엄마 말 잘 듣는 거.




충남 홍성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유기농업이 발달하고 엄마 아빠처럼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이사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란다. 다행히도 엄마가 원하는 마당과 텃밭이 딸린 전통 한옥집을 구했어. 마당만 나오면 너와 함께 산책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이 마을이 아빠는 마음에 들어. 우리 주변 모든 것이 너의 어린 감성을 키울 거라고 믿어.






좋은 곳에서 좋은 것만 보여주며 키우고 싶은 것이 아빠의 마음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홍성에 좋은 환경만 있는 건 아니란다. 홍성은 한쪽에서는 친환경 유기농으로 유명하지만, 한쪽에서는 전국에서 제일 큰 축산단지로 병을 앓는 곳이야. 우리 집에서 10분만 걸어가면 나오는 냇가 알지? 가끔 아빠랑 같이 자전거 타고 가는 곳 말이야. 우리가 살고 있는 ‘천변 마을’이라는 이름도 그 냇가를 따라 자리 잡은 마을의 모습에서 따왔을 거야. 거기서 호승이랑 형아랑 같이 낚시도 하고 물놀이도 하는 게 아빠의 작은 소망이란다. 너도 그러고 싶을 거야. 하지만 검은 물로 가득 찬 냇가를 바라보고 있으면 아빠는 마음이 아파.




그런 고민을 하다가 동네에서 환경을 지키는 슈퍼우먼(삼촌은 없고 모두 이모들이야) 같은 친구들을 만났어.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이모들이야. 조용한 이모도, 말 많은 이모도,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는 이모도 있어. 새 얼굴인 똑똑한 이모도 함께 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만나보지 못했네. 이 이모들은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이라는 기지에서 일해. 우리 지역에 환경을 파괴하는 공장이나 큰 축사 같은 괴물이 나타나면 싸우기도 하고, 생활 속에서 나오는 작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도 열심히 활동하지. 특히 말 많은 이모는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곳마다 나타나서 잔소리를 하는 신기한 능력을 가졌단다. 기분 나쁘지 않은 잔소리가 이 이모의 강력한 무기지. 이모들은 동네 형, 누나들과 함께 특공대를 꾸리기도 해. 동네 축제에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사용하는 컵과 접시를 빠른 손놀림으로 씻어서 제공하는 ‘설거지 특공대’. 우리 동네에서 가장 멋있는 특공대야.




아빠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이라는 기지에서 함께 일하지는 못하지만 이 이모들을 후원하는 회원이 되기로 했어. 아빠처럼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우리 지역에는 아주 많단다. 그중에 아직 회원이 아닌 사람들도 있지만 미래에는 모두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의 든든한 응원군이 될 거라고 믿어. 호승이가 시골에서 태어나 건강한 촌놈으로 자라고 있는 건 이 이모들과 회원들 덕분일거야.




나중에 호승이가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도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시골을 떠날지도 몰라. 어릴 적 촌놈 감성이 너를 시골로 이끌기를 바라지만 도시에서 계속 살 수도 있을 거야. 아빠, 엄마는 늘 시골에 있을 거야. 호승이가 커서 아빠가 되면 지금 호승이만한 아이들을 데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아빠 엄마를 찾겠지.




그때가 되면 꼭 이루고 싶은 한 가지 바람이 있어. 삼십 년 정도 지나서 할아버지가 된 아빠와 호승이, 그리고 호승이의 아이들이 천변 마을 냇가에서 물장구도 치고 낚시도 했으면 좋겠어.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이모들이 아무리 열심히 환경을 괴롭히는 괴물과 열심히 싸운다고 해도, 검은 냇가가 금방 맑아지긴 쉽지 않을 거야.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어. 삼십 년이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까? 아마 이 공개 편지를 함께 읽을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그리고 우리나라 곳곳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이모, 삼촌들도 약속해줄 거라 믿어.




호승아 촌놈으로 자라줘서 고마워. 자연아, 촌놈으로 키워줘서 고마워. 환경운동연합 이모 삼촌들, 호승이의 아이들도 촌놈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줄 거죠?




* 추신


호승이가 한글을 읽을 수 있을 때가 되면, 친구들에게 이 편지를 소개해주면 좋겠어. 이 이야기가 호승이의 친구들을 통해 친구의 엄마 아빠에게 전해지면 더 좋겠지. 그러면 우리나라 곳곳에서 환경을 지키는 누나, 형 또는 이모, 삼촌들이 정말 좋아할 거야. 이 공개 편지를 읽는 호승이의 모든 친구들도 그렇게 해 주길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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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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